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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서예가 이정 작가, 수성아트피아서 16~21일까지 '불립문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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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1 댓글 0건 조회 4,174회 작성일 21-03-1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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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 불립문자


글씨체와 방법론을 중시하는 중국의 서법(書法), 글씨를 통해 도(道)를 추구하는 일본의 서도(書道)와 달리 

우리의 서예는 글씨로써 예술의 경지까지 도달하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서법의 범주에만 머물러 예(藝)는 물론 도(道)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금 서예 퇴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서양에서 태동한 개념 미술은 퍼포먼스와 설치, 사진과 비디오 작업뿐 아니라 회화에 문자를 활용함으로써 

개인 또는 사회, 정치적 이슈와 제도를 비판하거나 이념적으로 상징화한다. 

글씨 자체보다 글의 내용에 방점을 둔다. 


하지만 언어란 것이 문자를 기초로 하기에 특히, 한자의 경우 우 육서(六書)에 따라 오묘한 뜻을 담고 있다.
이렇듯 한자 자체가 미적 표현의 도구일 수 있다. 

이에 덧붙여 서예라는 본질적 바탕에 비구상적인 요소를 도입하고 융합함으로써 현대적 서양의 개념 미술로까지 

넘어가려는 시도가 서예계에서 엿보인다. 


이같은 창의적 노력과 실험을 20대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는 현대서예가 이정(怡亭·48)이 열 두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이 작가가 16~21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의 후원을 받아 멀티아트홀에서 여는 이번 전시 주제는 '불립문자(不立文字)'다.

불립문자는 이심전심(以心傳心), 염화미소(拈華微笑), 심심상인(心心相印)과 유사한 의미의 불교 용어다.
진리는 언어나 문자를 초월하기에 그것을 통해 깨닫기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진리를 전하고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이정은 이처럼 서예를 문자로 이해하기보다 문자 없이도 한자를 이용해 추상적 표현으로 의미와 뜻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서예의 본령에다 동시대 미술로서의 서예를 중심축으로 활용한다. 

그는 퍼티(Putty·일종의 회칠 재료) 위 문자를 칼로 긁어 내거나 지우는 행위 등을 통해 사물, 사람, 

세상을 보고 느끼는 대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수성아트피아 멀티아트홀 벽면을 활용해 20여점의 작품을 설치하고, 평면 위에 부조형식(갑골, 암각화)의 

전각 작업을 더해 다양한 표현기법을 보여준다.

이정은 "한자를 파(破)하거나 탈(脫)해서 부호로 만든 다음 이를 문장으로 엮어보았습니다. 

이번엔 중용의 도를 담았어요. 서예는 형식이라기보다 정신이에요. 서양미술도 철학이 바탕이잖아요. 

제가 가는 길이 새로운 장르라고 생각하고 일로매진(一路邁進)하려고 합니다"라고 했다.

이정은 계명대 미대 서예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동양 사상문화와 금석문을 전공했다. 

이번 전시를 포함, 국내외에서 열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으며,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관 청년작가(1998),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2010) 선정 및 서병오서예상 청년석재작가상(2015)을 수상하는 등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서예의 영역확장을 꾀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정부미술은행 등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영남일보 2021.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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